지난 주말부턴가? 셔터가 찌르르르-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었다.
원래 이런 소리가 났던가? 하고 의아하게 여겼지만, 저속셔터라서 그렇겠거니. 하고 그냥 넘겼다.
(생각해보면, 참 무심했다. -_-)
가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병원 아무데서나 막 찍어대던 중,
해질 무렵 어두컴컴하고 퀴퀴한 4층당직실의 모습으로 슈퍼리아400의 마지막 몇 컷을 채우고
필름을 꺼내고, 뒷판을 연 채로 셔터를 눌러보니,
안.열.린.다. . . . . . . OTL
혹시나 싶어서, 조리개를 바꿔가면서 열심히 시도해 보아도,
안.열.린.다. . . . . . . OTL
그래도..그래도... 하면서, 배터리를 뺐다가 다시 껴보니,
안.열.린.다. . . . . . . OTL
젠장젠장젠장....을 속으로 외치며 콘탁스클럽, 포익틀란더클럽 등등을 뒤져보니,
1) 일본 리코로 보낸다 (혼자 다 해야 한다/대략 1주일~2주일 정도?)
2) 홍콩 리코로 보낸다 (이경우는 국내 수입 총판에서 대행해준다/몇달씩 걸린단다-_-)
3) 비용은 약 19만원 ㅜㅜ
지금은 바쁘기도 하고, 1주일 후면 거제도로 내려가있을것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은 거제도에서 해결책을 찾아보기로 했다.
시간도 아깝고,
돈도 (물론) 아깝고,
어디부터 날아갔을 지도 모를 내 필름과, 그 장면 장면들이 참 아깝다.
옛날 사진 우려먹기.
멍- 하고 음악이나 듣기.
아무 생각도 안하기.
시계 바늘 따라 나도 돌기.
술은 생각만 하기. ㅋㅋ.
시간이 남아도니까 뻘짓이나 하고 앉았다.
남들도 모르게 서성이다 울었지
지나온 일들이 가슴에 사무쳐
텅 빈 하늘 밑 불빛들 켜져가면
옛사랑 그 이름 아껴 불러보네
찬 바람 불어와 옷깃을 여미우다
후회가 또 화가나 눈물이 흐르네
누가 울어도 아플 것 같지 않던
지나온 내 모습 모두 거짓인가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데로 내 맘에 둘꺼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 난데로 내버려두듯이
흰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이제 그리운 것은 그리운데로 내 맘에 둘꺼야
그대 생각이 나면 생각 난데로 내버려두듯이
사랑이란게 지겨울 때가 있지
내 맘에 고독이 너무 흘러 넘쳐
눈 녹은 봄 날 푸르른 잎새위에
옛사랑 그대 모습 영원 속에 있네
흰눈 나리면 들판에 서성이다
옛사랑 생각에 그 길 찾아가지
광화문 거리 흰 눈에 덮여가고
하얀 눈 하늘 높이 자꾸 올라가네
유명한 재즈 넘버가 대개 그렇듯
천번 만번 다시 불리었을 이 멜로디,
나는,
한없이 허우적대다 빠져 죽어버릴것만 같은 - 또는, 그래야만 할 것 같은 -
게츠의 이 멜로디가 좋다.
Stan Getz - Manha de Carnaval
Artisan & Artist GDR-211C
G1을 다시 들였더니, 주로 사용하던 돔케에는 D200과 G1을 모두 수납하기에 한계가 있어 고민끝에 M platinum 님이 보우하사 무이자 3개월로(......) 결국 저놈을 질러버렸다. 물론 새것.(매물이 올라온 것 자체를 본 적이 없다.)
크기는 딱 내가 원하던 수준이다. 시그마 17-70을 마운트한 D200과 G28을 물린 G1을 모두 수납하고, 다섯롤 정도의 필름과 G1의 정신줄인 CR2 2알, 그리고 D200 예비배터리와 2기가 메모리까지 수납하면 적절히 빵빵해지는 정도. (따라서 17-70대신 35mm를 물려도 충분하다) 물론 '빵빵'해지는건 일단 맘에 들지는 않지만, 참아줄만한 수준이다. 렌즈 바꾸기도 귀찮아서 표준 하나 + 광각 하나 해서 바디 두개를 들고다니는 요즘 추세에 딱 맞는 크기랄까.
내가 기다리고 기다리고 기다리는 니콘의 1:1 중급기가 나와도
이 구성에서 바디만 바뀌고 말거다.(그래야만 한다...... ㅜㅜ)
이제
훌륭한 디지털바디 + 표준 렌즈,
훌륭한 필름바디 + 광각 렌즈,
그 모든걸 다 쓸어담을 수 있는 이쁘장한 가방까지
그럭저럭 라인업(?)이 완성되었는데
이제 황금같은 산업의학도 고작 1주일 남았다는거. -_-)///
콘탁스클럽 겔러리를 뒤지다보니 예전에 올린 사진이 있더라.
지금으로부터 5년전에, 그러니까 내가 대학교 2학년이던 시절
외삼촌께 빌려온 카메라에 성원이가 어디선가 줏어온 낡은 수동렌즈를 물려
한여름에 아파트 옥상에서 찍었을거다.
참.. 이런 옛날 사진 보고 있으면, 아무것도 모르던 시절의 beginner's luck인가 싶기도 하고,
한편으로 장비에 집착하는건 정말 부질없는거다. 라는 생각이 든다.
사진의 9할은 빛이다. 나머지 1할 속에 찍사의 감각과, 빛을 담는 렌즈의 능력이 아둥바둥거리고 있다. 라는 생각.
Nikon F801, 코팅 다 벗겨진 MF50mm F1.4